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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er than colors

Lighter Than Colors

언제부턴가 건축을 이야기할 때 물성Materiality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이 단어는 재료의 성질Characteristics of the Material이라는 말을 건축계의 사람들이 임의로 축약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짜 재료와 가짜 재료가 따로 있다는 현학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자 할 때 자주 사용된다. 콘크리트나 원목은 진실되고 고상한 재료인 반면, 시트지나 페인트는 손쉽게 겉모습만 만들어 내는 저급한 재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특히나 이 단어에 열광한다. 다만, 인간이 건축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이, 단일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건축은 없으며, 그 누구도 수십 년 된 고목에 포함된 탄소 원자와 공장에서 갓 뽑아낸 시트지에 포함된 탄소 원자를 차별할 필요가 없다.

광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말바우 시장에 위치한 제일볼링센터는 하루에도 수백명이 찾는 볼링장이다. 우리가 리모델링을 한 2층은 제일볼링센터의 볼링장 3 개 층 중 한 층으로, 다른 두 층과 달리 밤 9시 이후에는 락볼링장으로 운영된다. 주간에는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 올 가족 단위의 볼러가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밝고 경쾌한 공간이 되고, 야간에는 유행가와 시장의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가변형 벽체나 전동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한 공간에 여러 모드를 장착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빛과 색을 선택했다. 주간 모드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조합으로 메이플 볼링 레인의 베이지색, 염색 MDF의 파랑, 페인트의 핑크색으로 설정했다. (이 조합은 여러 컬러 팔렛 중 마음에 드는 하나였을 뿐, 결코 필연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은 아니었다.) 개인 볼락커가 줄지어 배치될 레인 양측 복도에서 창을 통해 굴러가는 볼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 공간은 레인과 극심한 대조를 만들어내고자 원색의 빨강을 사용했다.

야간 모드는 모바일 앱으로 조도와 색을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사용하여 빛의 바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배경 음악에 맞춰 색이 변하는 모드나,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패턴들을 지정하였다. 변화하는 조명은 이 공간을 구성하는 각 재료의 대표적 빛깔을 압도하는 시각적 자극을 만들어내고, 볼러들에게 기억할 만한 경험을 제공한다.

어차피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빛이다.

위치 : 광주광역시 북구 서방로

규모: 1114.69 제곱미터

설계 기간 : 2020. 4. - 2020. 8.

시공 기간 : 2020. 7. - 2020. 9.

설계 : 건축사사무소 김남 (김진휴, 남호진, 이유나)

시공 : 무하건설

사진: 김남건축, 신경섭 (2,6,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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