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artistry

이야기, 공예

부여 백제 금동대향로 랜드마크 전망대 현상설계 2등작

ⓒ 국립부여박물관

금동 대향로는 갖가지 형상물로 채워져 있다.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동물이 춤추고 뛰논다. 여럿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우리는 평화로운 이야기를 떠올린다.

구현의 어려움은 공예적 성취의 전제 조건이다. 극도로 세밀한 조각, 도금 기법이 만들어낸 오묘한 빛깔. 사람들은 그 시절 이토록 복잡한 향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신기해 하며 감탄한다.

우리는 이 전망대가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보기 위한 장치 이상이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되어 주고, 신비하게 다가오는 건축이다.

이 건축에 담긴 이야기의 주축은 나선형 계단과 세 개의 코어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최상층에서 나선형의 계단이 시작된다. 완만하고 멀리 둘러가는 이 계단은 이 곳에서의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길게 뻗은 계단에서 부여를 둘러보고 숲의 향기를 맡는다.

이 여정은 바깥만을 향하지 않는다. 전망대를 받치고 있는 세 기둥은 엘리베이터 뿐만 아니라, 쉼터, 전시실, 샛길 등을 담고 있다. 90여 미터의 걸음이 길게 느껴지는 이들은 기둥 속 쉼터에 잠시 앉을 수 있고, 높이가 높은 기둥 속 공간에서 전시를 볼 수도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처음 엘리베이터를 탔던 곳에 가까워진다. 이 즈음 만나는 기둥 속에 들어가면 구릉 위 공원으로 바로 가는 샛길로 이어진다.

구릉 위 공원에서 본 나선형의 계단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교묘하게 지지되는 긴 캔틸레버는 떠 있는 듯 신비로워 보이고, 파편화된 곡면은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인다.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설계 기간 : 2022.3. ~2022.4. (현상설계)

설계: 건축사사무소 김남 (김진휴, 남호진, 이유나 (담당))

협력: 윤구조 (구조)